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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아담과 하와의 형상”(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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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386회 작성일 20-05-2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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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담과 하와의 형상”

한 열흘 만에 LA공항에 도착을 하니 새삼스럽게 LA날씨가 너무 좋다는 것을 느꼈다. 오렌지카운티로 내려오면서 차에서 보니 북쪽 Big Bear 마운틴에서는 하얀 눈이 한 입을 먹어치운 아이스크림처럼 쌓여 있었고 작은 산들은 온통 녹색 물감을 뒤집어 쓴 듯 생기를 품어내고 있었다. 청명한 하늘과 맑은 공기는 새 힘을 주기에 충분했다. 갑자기 내가 LA 예찬가가 된 이유는 잠시지만 방문했던 한국의 날씨가 같은 겨울의 형상인데도 별로였기 때문이다. 첫날은 함박눈이 내려서 그 운치를 즐겼지만 있는 내내 청명한 하늘은 공해에 가리워져 거의 볼 수 없었고 추위와 함께 오염된 공기는 숨쉬기도 답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여행이 즐거운 이유는 아직도 가볼 고향이 있다는 것과 기다리시는  부모님이 계시다는 것이다. 바쁜 집회 일정을 마치고 미국에 오기 이틀 전에 부모님을 뵈웠다. 몇 번이나 더 뵈올 수가 있을까 염려하면서도 뵈올 수 있다는 사실에 정말 감사했다. 아버지가 중풍으로 거동이 불편하시지만 두 분만이 오손 도손 사시는 모습이 재미있으신 것 같았다. 떠나는 날 아침에 아버지가 무엇인가를 말하시려다가 머뭇머뭇 거리셨다. 50년 이상을 같이 사신 어머니가 알아차리시고 “정목사한테 안수기도 받고 싶어서 그래유?”하니 아버지가 고개를 끄떡이신다. 그래서 황송하게도 평생을 자식만을 위해 사시다가 이제는 힘없고 굽어진 아버지의 등에 손을 얹고 기도해 드렸다. 이번에는 어머니가 며느리에게 갖다 주라고 고춧가루며 들기름이며 젓갈들을 내놓으셨다. 얼마나 단단히 싸셨는지 실제의 양보다 포장이 더 컸다. 가방 속에 우겨서 집어넣으니 배불뚝이가 되었다. 어머니가 고속버스 터미널까지 가서 떠나는 것을 보아야 안심이 되시겠다고 나서신다. 추운겨울이라 혹시라도 얼음판에 넘어지실까봐 여기서 작별하겠다고 했더니 이제는 아버지까지 가시겠다고 나선다. 차표를 끊고 이제는 가시라고 했더니 차가 떠날 때까지 안가시겠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아들의 짐 가방이 놓인 버스 아래의 문이 열려 있어서 그것이 마음이 안 놓이시는 것이다. 양지 바른 곳에 두 분이 서서 내내 지켜보고 계셨다. 나는 차에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 안절부절못하는데 어머니가 당신들은 걱정 말고 차에 앉아 있으라 하신다. 창문으로 두 분을 내려다보니 가슴이 뭉클했다. 그러다가 중요한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무엇인가 오순도순 이야기를 하시는 모습 속에서 ‘기쁨’이 넘치고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차 문이 닫히자 두 분은 어디론가 사라지셨다.
LA에 도착한 며칠 후에 온 가족이 마켓에 갔다. Valentine's day 이틀 전이었다. 들어가자마자 초콜릿 진열장을 보더니 십대의 두 아들은 부리나케 달린다. 큰 아들은 초콜릿을 들고 있는 커다란 곰 인형을 골랐다. 작은 아들은 자기 얼굴보다도 큰 heart 모양의 초콜릿 박스를 골랐다. 아내는 큰 아들에게 곰이 너무 크고 평범하니 여자들이 더 좋아하는 예쁜 것을 찾아보자고 진열장을 뒤지더니 자그맣고 귀여운 강아지를 골랐고 아들도 그것이 좋다고 한다. 작은아들은 자기가 고른 것이 더 좋다고 우겨서 그것을 사기로 했다. 나는 우리 아버지처럼 그냥 옆에서 지켜보고만 있었다. 옆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다가 웃음이 났다. 아들 여자 친구에게 초콜릿 골라주는 아내나 행여 아들 짐 가방이 어떻게 될까 지켜보시던 어머니나 어쩌면 저렇게 똑 같을까.
나는 하나님이 당신의 형상을 따라 창조하신 아담과 하와를 보시는 마음도 똑같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의 형상이 아담과 하와에게 새겨져 있기에, 하나님은 아담이 죄를 범했어도 그를 찾으시고 마치 어머니처럼 “가죽옷”을 지어 입히셨다. 우리에게도 하나님의 형상이 있기에 주님은 우리를 구원하시려고 십자가의 고난의 길을 기쁨으로 걸어가신 것이다. 그래서 성경은 고난의 길을 걸으신 주님의 마음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사53:11) “고난당하고 난 뒤에 그는 생명의 빛을 보고 만족할 것이다……” (새번역)



새생명장로교회 정철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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